생각 2014/12/26 15:21

MMORPG가 풀어야 할 숙제, 자유도.

최근 온라인게임 시장은 하락세다 라는 의견들이 많다. 실제로 개발/출시되는 게임 수도 부쩍 줄었고, 오픈 하더라도 유저들이 보이는 관심 역시 예전같지 않아진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렇다. 새로운 게임의 PV가 공개되어도 어떤 플레이 경험이 펼쳐질지 뻔히 예상된다는건 꽤나 씁쓸한 경험이다. 

온라인 게임은 인터넷이 만들어주는 가상의 공간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이다. 현실과 비슷한 사회성을 가지면서 현실과는 다른 생활방식과 경험을 제공해 주는 도구, 그것이 온라인 게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MMORPG는 이러한 온라인 게임이 줄 수 있는 재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장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온라인 게임에 거는 기대야 제각각이겠지만 타인과 소통하며 현실과는 다른 체험을 원한다는 점 만큼은 어느 유저든 바라는 바 일 터이다. 그래서 유저들은 MMORPG에서 자유도란 것을 찾는다. <얼마나 시스템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 할 수 있는가> 유저는 게임에서 그러한 자유도를 찾고 그 자유도는 곧 게임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하지만 유저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최근의 MMORPG는 퀘스트 일색이었다. 에버퀘스트에서 와우를 거치며, 퀘스트를 따라가면 대부분의 지역을 순회하고 만렙도 찍게되는 선형 어트랙션같은 플레이 경험은 이제는 낯설지 않은 수준을 떠나 당연시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저에게 게임을 하나 던져주면 퀘스트부터 찾으니 말이다.



그런 와중에 올 해 검은 사막이란 게임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공개한 영상에선 꽤나 큰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퀘스트와 던전 일색이던 기존의 게임과는 다르게 캠핑이나 채집/제작 등의 컨텐츠를 강조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대규모 공성전에 대한 부분은 좀 불안하긴 했지만 설마 아무런 고민없이 기존의 공성전을 때려박진 않았을거라 생각하며 오랜만에 국산 게임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렸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본 검은사막은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물론 기존에 나온 게임들과는 차별점이 있는 게임이다. 생각보다 생활계 컨텐츠의 양이 많기도 했고.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와우가 흥하기 이전에 유행한 게임들의 장점들을 흡수하고 싶다는 마음은 보였으나 검은 사막이란 MMORPG가 기존의 게임들과는 다르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얼마나 고민했는가 하는 점은 그리 보이지 않았다. 내 나름 한줄로 표현하자면 '리니지와 와우, 두 마리의 토끼를 쫒으려다 어느것 하나 잡지 못한 어중간한 게임'정도 일까. 

게임 뿐 아니라 어떠한 제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가 '선택과 집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드는 제품이 내세우고 싶은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다른 모든 요소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전략. 이 전략의 성공적 사례 중 하나가 몬스터 헌터다. 오로지 '수렵'이라는 하나의 개념에 집중하고 그것을 구현하는데 온 힘을 쏟은 게임이다. 때문에 그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요소는 배제했다. 그 결과 스토리도 레벨의 개념도 소재의 트레이드도 없다. 당시에는 굉장히 위험요소가 다분한 도박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노력은 일본 내에서 국민 게임이라는 입지와 함께 헌팅액션이라는 장르를 탄생케 했다.

그렇다면 검은 사막은 어떨까? 퀘스트에 익숙한 사람이 보자면 검은사막의 퀘스트 동선은 엉망 그 자체다. 이미 지나온곳을 다시 보내기도 일쑤고 퀘스트npc가 퇴근하는 바람에 강제 휴식을 취해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자유도 높은 게임을 갈망하는 유저가 본다해도 순탄치는 않다. 채집이나 낚시등의 레벨은 서브레벨 취급하고 전투 레벨과 전투 스킬이 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각주:1]. 전투를 무시하고 생활계 컨텐츠만 즐기고 싶어도 이미 게임에서 그러한 플레이를 권하고 있지 않다는 거다[각주:2]. 레벨 디자인은 전투와 퀘스트에 맞춰놓고 생활계 컨텐츠를 즐기라니 이래서야 아키에이지와 다를게 무엇인가. 결국 중요한것은 어떤 재미를 어떤 방식으로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검은 사막은 그 기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서두에도 적었던 것 처럼 최근의 온라인 시장은 점점 위축되고 있다. 모바일 시장의 확대나 세계적인 경기불안정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게임 자체의 문제라면 역시 '신작이 나와도 설레이지 않는다'는 점이 크지 않을까? 과연 온라인 게임 시장이 약세일까를 생각하자면 이미 LOL만 봐도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사람들의 관심이 MMORPG에서 MOBA로 넘어갔기 때문은 아니다. MOBA는 MOBA대로, MMORPG는 MMORPG대로 추구하는 재미가 다른 법이니까. 단지 유저들은 퀘스트만을 따라가다 보면 할 것이 바닥나 버리는 종래의 MMORPG에 실증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와우도 이번 확팩에서 주둔지라는 새로운 요소를 추가해 유저들의 관심을 돌렸다. 검은 사막도 아키에이지도 의도 자체는 같았을 것이다. 와우와 저 두 게임이 다른점이 있다면 어디에 집중해야하고 그것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른 요소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매끄러운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 아니었을까.

검은 사막에 비해서 컨텐츠의 양이나 자유도는 적어 보이지만 훨씬 즐겁고 자유롭게 즐긴 게임이 길드워2 였다. 길드워2에는 무역 같은 컨텐츠도 없고 퀘스트도 일정 레벨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메인 스토리 말고는 없다 시피하다. 장비가 다양하냐 하면 그것도 그렇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드워2는 상당히 자유로운 인상을 준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어떤 요소도 유저의 플레이를 강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인 스토리는 캐릭터 생성시에 유저가 선택한 선택지에 따라 달라지기에 일종의 보상같은 느낌이 강하며 필드 퀘스트는 해당 구역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활성화되고 완료시에 알아서 보상이 들어오는 방식이다. PVP는 별도의 공간에서만 행해지게 하여 흔히 말하는 떼쟁도 초보부터 부담없이 즐길 수 있으며 장비의 스펙역시 비슷한 경우가 많아 외형이나 입수 난이도에 따라서 유저가 원하는것을 선택 할 수 있다. 때문에 전투 중심인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유저에게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모 커뮤니티에서 어느 유저가 했던 말이 있다. <자유도란 무언가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제한하지 않는 것이다> 나 역시 이 말에 공감한다. 최근 사람들이 MMORPG에 흥미를 점점 잃는 이유. 북미 단일 서버 시절의 LOL보다 최근의 LOL이 덜 재미있는 이유. 하지 말아야 할 것들,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기위해 찾는것이 게임 아니던가. 그런데 게임에서 마저 하지 말아야 할 것들 투성이다. 흥미가 사라질 만 하다. 



개인적으로 이제 기대작 리스트에 남은 MMORPG는 FF14ARR이나 로스트 아크, 에버퀘스트 넥스트 정도다. 물론 PC시장과 인터넷망이 망하지 않는 이상 온라인 게임에대한 수효는 지속 될 것이라 본다. 그에 따라서 신작들도 계속 출시 될 테고. 유저로서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나올 게임들은 지금보다 좀 더 자유로운 방향으로 진화했으면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온라인 게임의 선두주자가 아니던가. 어느샌가 국산보다 해외 게임들에 더 관심이 가고 있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다[각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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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채집등의 활동에 기력을 소모하고 제작에 필요한 재료수가 부담스럽게 많다는 점은 차치하기로 하자 [본문으로]
  2. 이는 예전 마비노기에서도 마찬가지 였는데, 실제로 생활계 스킬만을 고집했던 한 지인은 메인 스토리를 깨기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전투레벨이 필요하게 되자 알림말에 '에린은 남들이 지킨다'라고 써놓고 메인스트림 컨텐츠를 포기하기도 했다. [본문으로]
  3. 그에 비해 과금 모델만 진화한 것 같아 더욱 입이 쓰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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